一期一會(2008년 11월 12일 겨울안거 결제 법회 법문 중에서)
글쓴이 | kilshi | 2011-02-09 23:02:51, 조회 : 1,046 |
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는 일,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입니다. 번뇌 밖에 따로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. 번뇌와 보리(菩提:깨달음)가 별개가 아니라는 경전의 말씀이 있듯이, 그 둘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관계입니다. 거죽은 번뇌이지만 속은 깨달음입니다. 일상의 삶을 떠나서 따로 열반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.
이 세상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고 우리는 흔히 믿고 있지만 바로 이 현실 세계에서 천국을 이룰 수 있는 것이지 현실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동산선사는 가르칩니다.
옛 스승의 가르침인 <보왕삼매론>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잇습니다.
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.
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
오만한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.
그래서 옛 스승들이 이르시기를
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신 것이다.
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마십시오. 그것도 한 때입니다.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드러내 놓고 좋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. 조심스럽게 감사히 받아들일 뿐이지,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. 또 불행할 때는 불행을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합니다. 그것은 내 몫이고 내 차지입니다.
때때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십시오. 자신이 겪고 있는 행복이나 불행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.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아야 합니다. 그렇게 하면 행복과 불행에 휩쓸리지 않고 물들지 않습니다. 그러므로 늘 깨어 있으라고 수많은 영적 스승들이 말하는 것입니다. 깨어 있으라는 말은 자기 삶을 늘 주시하라는 뜻입니다. 자기 삶을 주시하고 있으면 고통과 불행이 따라오지 않습니다.
이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? 극락도 지옥도 아닙니다. 참고 견뎌 나가야 하는 사바세계입니다.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습니다.
(2008년 11월 12일 겨울 안거 결제 법회 법문 중에서)